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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부르는 오픈 이노베이션 법칙 5

대기업과 스타트업과 협업을 추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참여 스타트업에게 혼자 쉽게 얻을 수 없는 좋은 기회들을 제공해 줍니다. 대형 납품 레퍼런스가 생기거나, R&D나 마케팅 등의 영역에서 도움을 얻거나, 또는 사업을 조기에 대기업에 매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죠. 다만 이런 기회를 얻으려면 대기업의 여러 현업 부서들을 만족시켜야 하고, 그 부서들을 관리하는 경영진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이 조건들의 충족이 생각보다 많이 어렵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여할 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고, 그 기대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할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타트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참여 목적과 현실적인 기대

 

1. 대기업과의 협업 레퍼런스 확보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가장 용이한 것이 대기업의 특정 사업 부서와의 협업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대기업들은 대체로 자기들의 경험이 많지 않은 새로운 시장이나 기술에서 스타트업의 도움을 기대합니다. 가령 자율주행 기술 전반은 대기업이 월등하겠지만, 세부 기술 요소에 대해서는 그 부분만 파고든 스타트업이 강점을 가질 수 있겠죠.  대형 보험사에서는 고객과 관련된 새로운 서비스 마케팅을 위한 건강 콘텐츠가 필요한데 자체 생산은 효율성이 나오지 않거나, 교육 회사가 신규 고객층에 대한 상품을 기획하는데 이 고객들을 커뮤니티로 묶어내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는 경우 등의 상황에는 협업이 이뤄질 확률이 높겠죠. 전체 기업이 아닌 특정 부서의 필요성과 연계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서에서 찾는 우선순위와 맞지 않으면 협업이 안되기도 하죠.

 

2. 대기업에 대한 영업과 납품

기술 개발이나 마케팅 차원의 협업보다는 대기업이​ 자신들이 엔드유저 또는 유통사로서의 필요에 의해 진행하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꽤 있습니다. 가령 제조 대기업에서 자사내 공장의 효율화를 위해 관련 솔루션 업체를 찾는 경우, 통신사의 IPTV 내 서비스 라인업 확대를 위해 통신사가 솔루션을 매입한 후 판매하는 것, 그리고 유통사 등에서 상품의 전문성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 영역에서 확고한 위치를 가진 스타트업의 물품과 서비스를 납품받는 경우 같은 것들이죠.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그보다는 갑을 관계가 형성이 됩니다. 이 경우엔 한두 차례 테스트를 함께 해볼 기회는 생기지만 대기업이 찾는 스펙에 맞추지 못하면 관계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습니다. 다만 작은 스타트업 입장에서 보통은 대기업 납품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니 매우 매력적인 기회가 됩니다. ​

 

3. 대기업의 지분 투자 또는 매각

처음부터 지분 투자를 하겠다고 표방한 모집을 제외하면 대기업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전후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나 M&A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제가 최근 1년간 지켜본 백여 건이 넘는 협업 프로젝트 중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후 6개월 내에 M&A를 한 경우는 단 1건이고, 지분 투자도 5건 정도입니다.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것만을 목표로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여하기엔 확률이 너무 낮죠.

 

일단 협업이나 납품 관계에서 신뢰를 쌓고, 보유한 기술이나 제품의 유용성을 증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만, 대기업이 지분투자를 하는 대상은 대기업의 기술을 확실히 보완할 수 있거나 미진출 시장에서 매출을 만들어줄 수 있는 스타트업에 대해서만 이루어집니다. 대기업이 엔드유저인 경우 지분투자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성공을 부르는 오픈 이노베이션 법칙 5

 

1. 현실에 맞는 기대를 할 것 

실력 검증이 안된 상태에서 지분 투자를 기대하거나, 협업을 위한 미팅 한두 차례 했을 뿐인데 이미 협업 다 확정된 것처럼 생각하는 창업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 모집 후 협업팀으로 선발되었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이 그 스타트업과 협업을 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어느 프로그램도 무조건 협업을 해주겠다는 조건을 걸지 않아요. 결국 스타트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운영하는 부서 및 스타트업의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현업 부서, 이렇게 양쪽에게 신뢰를 쌓아야 하고, 그러려면 무엇보다 협력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

 

2. 순발력&유연함이 필요함

오픈 이노베이션에 선발된 뒤 현업 부서와 협업 논의를 하다보면 그 부서와 잘 맞는 경우도 있겠지만, 잘 맞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잘 진행되지 않으면 협업을 위한 제안을 바꾸던지, 아니면 운영팀과 빠르게 이야기해서 다른 부서와의 협업을 추진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참여시 진행 기간이 2~3달 정도이기 때문에 두어 차례 한 주제로 회의를 하고 난 뒤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면 빠르게 제안 내용을 바꿔야 하는 것이죠. 시작 전에 가진 목표나 기대에 얽매이지 말고 대기업 상황에 맞춰 최대한 유연하게 제안 내용을 수정해야 기회가 생깁니다. ​

 

3. 대기업은 투자자가 아님을 이해할 것

대기업이 지분투자를 할 수도 있지만, 실제 오픈 이노베이션은 현업팀과 하게 되고, 현업 담당자들은 지분투자 등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본사의 운영팀이나 기획팀 등도 지분투자에는 전혀 관심 없이 경영진이 어느 날 오픈 이노베이션 하라고 하니 하는 경우가 훨씬 많죠. 때문에 이들을 만날 때는 B2B에서의 거래 상대방을 만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사업제안서’를 준비해야 합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현업팀을 만나는데 ‘IR 자료’를 들고 가서 ‘시장 성장성이 어떻게 회사 투자 가치가 얼마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단순히 상대가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업무 상황이나 현업의 입장 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해서 협업 성공 가능성이 대폭 낮아집니다. 대기업 오픈 이노베이션은 현업 부서와의 협업이 기본이며, 이를 위해서는 협업 포인트에만 집중해서 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대기업은 투자자가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협업이 성공한 다음 이야기입니다.

 

4. 각 단계는 철저하게 문서 작업을 진행할 것

대기업에 따라서는 상당 기간의 R&D나 시장 개척 작업을 함께 했는데, 그 결과 나오는 특허나 영업권 등에 대해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담당자나 책임자가 바뀔 경우 아예 없던 일이 되기도 하죠.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데이터의 보안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맨 처음 오픈 이노베이션을 시작할 때부터 NDA (Non Disclosure Agreement, 비밀유지협약), POC 나 기술 개발시에는 기한과 투입 비용 분배, 개발 결과 나올 예상 산출물의 특허 등 지적 재산권 분배에 대한 협약, 사업 협업시 만들어지는 영업권의 처분 등에 대한확한 서류 작업을 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만약 이런 서류 처리에 대해 매우 비협조적인 대기업이라면 함께 하고 난 뒤에 문제가 불거질 위험성이 많으니 협업을 진행하지 않아야 합니다. 기회는 아깝겠지만 그 뒤에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낫습니다.  ​

 

5. 요구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는지 확인할 것

‘협업’이라는 특성상 비용을 받기 애매한 경우가 많죠. 특히, POC를 개발해와야 협업을 결정하겠다는 경우엔 비용을 받기가 많이 어렵습니다. B2B 사업에서 사업 제안을 위한 준비 작업이니까요. 나중에 납품을 하게 되거나 R&D 등의 협업을 할 때 비용을 받아내야겠지만, 그 때도 POC 비용보다는 그냥 납품가에 이 비용을 녹아넣는 식이겠죠. 또 R&D를 하면서 대기업은 시설과 소수 인력을 투입하고, 스타트업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경우에도 분명 스타트업 입장에서 인건비가 투입되지만 역시 청구하기 애매하죠. 인건비를 받으면 위탁 연구가 되어 지재권을 대기업에 넘겨줘야 하니까요.

 

이런 점 때문에 인력을 투입하더라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비용 투입과 지재권 소재에 대한 문서를 합의하고 난 뒤에 해야 합니다. 아예 납품이나 명확한 업무 위탁이 아닌 한 오픈 이노베이션은 비용을 받기보다는 지적재산권과 영업권 관련 합의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이 합의가 없이 나중에 비용을 청구하려고 하면 증빙이 어렵고, 자칫 대기업과 송사를 치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Writer

 

패스파인더넷 이복연 대표

이복연 대표는 경영학 석사이며 한국 IBM, 삼성 SDI, 롯데미래전략센터 등에서 사업전략과 신시장 개척 및 신사업 업무를 담당했었다. 2016년 스타트업 보육 및 관련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패스파인더넷을 설립, 운영 중이다. CJ, 농심, DB,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대기업 및 금융권이 진행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및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의 설계 및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그외 『신한 스퀘어브릿지 서울』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2천여 곳 이상의 씨드~시리즈A 규모의 스타트업들에 대한 코칭을 진행해왔다.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 관련해서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30문 30답”이라는 저서를 지난 6월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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